생명의 은인
망망대해,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시선이 닿는 곳은 아득한 수평선 뿐인 푸른 바다 위,
조각배에 몸을 실은 노 부부가 낚시를 하고 있다
평화롭게 바다를 바라보는 노인의 등 뒤에서 엄청난 해일이 덮쳐온다.
마치 높이를 알 수 없는 움직이는 절벽처럼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노 부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서로를 껴안았다
그런데 돌연 바닷속에서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잠수함이 떠오르고
노 부부는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여기까지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니 4학년 때든가...
여름철 개울에서 동네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놀다가 어느 순간 혼자 급류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본능적으로 팔 다리를 움직여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느 새 50M 정도 떠내려왔을 때, 뒤를 돌아보니 친구들이 소리치며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고 눈 앞에는 작년에 황소 한 마리가
빠져 죽었다던 교각 옆 시커먼 소용돌이가 뱅뱅 돌아가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를 보며 난 어린마음에도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동네 형이 갑자기 물 속에서
불쑥 올라오더니 날 물가로 인도하여 구해준 것이다
그 형이 물 속으로 잠영하여 내가 있는 곳까지 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을 때 형의 행동이 무척 신기하고 고마웠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 고마운 마음만은 항상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도 기꺼이 도와주리라
스스로에게 약속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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