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백광빈 시모음

세가지빛 2009. 12. 8. 21:13

 

나 알아요

 

나 어릴 때
비가 차가이 내리면
그냥 슬펐어요.

 

나 어릴 때
낙엽이 초라히 지면
그냥 슬펐어요.

 

나 어릴 때
하얀눈이 날리면
그냥 슬펐어요.

 

나 클적에
어는 소녀를 사랑했지요.

 

그 소녀는 자그만 두 눈을 가졌어요.
그 소녀는 조그만 입을 가졌어요.

 

그 소녀는 작고 귀여웠지요.
그 소녀는 너무나 차가웠지요.

 

나 클적에
그 소녀가 너무나 멀리 가버렸어요.

 

나 알아요
차가이 내리는 비는
사랑의 눈물인것을.

 

나 알아요
낙엽이 쌓이는 것이
사랑의 그리움 인것을.

 

나 알아요
낙엽위에 하얗게 쌓이는 눈은
이룰 수가 없었던 사랑의 그리움 인것을.

 

:

사랑의 시

 

처음에 그대를 보았을 때
난 내 하늘의 성좌에 빛을 던지는
등대의 빛속에 있었네.

 

처음에 그대를 만났을 때
난 반짝이는 별이
그대 영혼에 있음을 알았네.

 

그대는 내 마음에 있어
머무르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사랑의 눈을 뜨게하는 나의 연인.

 

그대는 나의 모든 곳에 있어
사랑의 의미를 느끼게하며
진실의 눈을 뜨게하는 영원한 나의 태양.

 

사랑은 별의 고향을 찾아
불새가 펴는 날개의 진리처럼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 것.

 

사랑은 인생의 의미를 아름답게 하며
영원한 진주빛 미속에서
우리의 모든 곳에 머무르는 것 언제까지나....

 

:
슬픈 꽃


꽃이 되여
기다리네

 

못다한
사연이 있어

 

이슬로 맺히는
진주빛 사연이 있어

 

향기로
그대를 부르네

 

또다시
떠난다해도

 

그 한마디 하고싶어
사랑한다고.

 

:
잃어버린 시간

 

산에 들에 하야이 쌓인 눈을 너머
떠나는 저 발치에서
예희의 눈물은 보석이 되여 까만 하늘에 입맞춘다.

 

- 다시 오시는 거죠 ?
  꼭 오시는 거죠 !
- 예희, 넌 저 산야의 눈에 햇살이 비칠 때
   찬란히 빛나는 금빛을 보았니.
   돌아온다 난 돌아온다. 저 빛과 함께....

 

젊은 초상은 고독하다.
그의 가슴엔 빙화가 피어있고
그의 눈빛은 불꽃이 된다.

 

곡식이 여무는 누런 초가 삼간은
어는덧 그의 시야에 회색빛 도시가 되어있다.
무대는 넓어도 머무를 공간 그 마당이 없는....

 

우연한 조우의 길에서
그는 영혼에 금관을 쓰고 예희를 찾았지만
그날의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스치는 타인의 무리속에서
아가를 안은 엄마가 누군가와 함께 지나친다.
조금은 놀라는 얼굴, 저 눈물
보석은 저토록 아름다운데...."

 

:

취중

 

연못엔 금붕어 하느작거리고
하늘엔 별빛이 춤을 추는 밤

 

호롱빛 은은한 술빛속에서
여인과 나는 사랑에 취하나니....

 

사바의 의미는 바람이요
덧없이 날리는 낙엽일지라.

 

여인의 가슴은 흐믓하고
술잔엔 사랑이 가득하구나.

 

:

꿈이었을거야

 

꿈이었을거야

자욱한 안개속에 있는 나를 보았지.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고
발걸음을 옮기기가 두려웠어
혹시 모르잖아, 절벽일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수많은 발자국이 내 가슴에
파랗게 남아있었지.

 

그때 나는 생각했지
끝이란건 애당초 없었다고

나는 아무것도
시작한게 없었으니까....

꿈이었을거야.

 

:

기다린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은 잔인한 아름다움이라.

나는 살아있다는
이 진리를 알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얻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예정된 시간을 향하여
나는 또 얼마나

절망하며 기다릴 것인가.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하여 아름답더이다.

 

:
표류

 

하고싶은 말은
잠시 멈칫거리는 발걸음 뒤로 사라지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것은 끝나 있었다.

 

하루씩 쌓여가는 무위에
눈빛은 촛점을 잃어가는데

기억의 저 편에서 밀려오는
못다한 그 말들이
표랑의 하늘에 부서진다.

 

밤길을 나홀로 거닐어도 외롭지는 않지만
고운 별빛이 얼굴에 내리면

끝내 생각나는 사람들
내 마음은 아직도 이토록 뜨거운데....

 

:

그 눈물 속에도

 

우울할 때 그대 조용히 고개를 숙여요.
타락위에 하늘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

슬픔이 모두 끝난건 아니니까요.


내 몸속에 흐르는 피만큼이나
서러운 생명도 없겠지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타인의 성에서 잉태된 짚시.

 

- 술 한잔 주시겠어요 ?
  취하고 싶어요.

 

다신 돌아올 수없는 계절.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네요.

 

- 내 손을 잡아줘요.

어디에선가 쓰러져
빨간 태양이 뚝뚝 떨어지는 날

 

모든것이 끝난건 아니지요.
아직 만나지 못한
그 사람이 있으니까요.

 

:
님의 찬가

 

저태양 그대 눈빛에 타오르고
저바다 그대 모습에 파도칩니다.

 

그대 나에게 사랑 주신다면
내겐 너무나 크나큰 행복입니다.

 

나의 마음이 하늘처럼 퍼지고
그대 향기로 진하게 물들면

 

그대슬픔 강물처럼 흘러 나를 젖셔도
더욱더 사랑하리 나의 님이여.

 

저꽃은 그대 사랑에 아름다이 피고
저새들 그대 위하여 지저귑니다.

 

나의사랑 다하여 그대 행복하다면
영원히 사랑하고 또 사랑하리 언제까지나.

 

:

숙을 위한 서시

 

발그라이 나리는 미소결에
문득 바라보면 꽃향기가 스치운다.
진실을 상실한 가슴을 쓸어보면
낙화하는 꽃잎새들의 아리한 눈빛들.

 
-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잠언의 심연속에서 날개짓 소리가 찰랑거리면
오색빛 태양이 눈이부셔 바라볼 수가 없는데
나부끼는 선녀의 옷자락이 화사하다.
고개숙인 지상에 초혼의 불길이 일고....
 

- 나는 사바의 세계를 사랑하오.
하늘에선 머무를 수 없으니까, 잠시 스치울 뿐....

장미의 입맞춤에 연꽃향기 날리우면
불꽃속에서 요화의 음성이 반짝인다.
 

- 마음의 나라엔 행복이 있어요. 
순수할 때만이 진실을 포옹할 수있으니까요.

지옥의 슬픈 강을 건너 폐허의 껍질을 벗은 나비가
야상화를 찾아 선녀에게 입맞춘다.
보라빛 은은한 가시나무새의 날개짓으로....
 

- 내가 머무르는 곳은 불꽃무늬 찬란한 곳이 아니라오.
현란한 별꽃무늬 아롱지는 하늘이 높은 곳도 아니라오.
희미한 등대빛이 가느라이 여울지는 사바의 미로 속이라오.
 

:

끝나지 않는 길

 

이제 저만큼만 가면

가고싶은 길이 있다고 생각했지.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며 저만치에 서면
나의 길을 찾을 수있다고
 

타인의 인생을 살면서도
뒤돌아볼 사이없이
 

그저 앞만보고 달려왔는데
내 마음의 길은 보이지 않았네.

 

나의 길은
내 마음의 나라에서만 행복할 수있다는 것을
 

나만의 것은
내 마음의 나라에서만 아름다울 수있다는 것을
 

끝나지 않는 길을 달려오며
나는 왜 생각조차 못했던 것일까....

 

이젠 타인의 옷을 벗고
나의 옷을 입고
 

내 마음의 나라로
나의 길을 걸어가야지...."

 

:

독백

 

용서하소서
순수를 상실하고

 
타락한 이 영혼을....
잊기로하오.
 

어차피 이방인은
고독해야 하니까....
 

상심한 지성은 머무를 곳이 없소.
나의 눈속에 태양이 있소.
 

당신은 장미빛 나비를 본적이 있소.
아마 보게 될거요.
.... 겨울에 ....
 

이 한밤이 새고나면
내 초상화의 모자이크는
또 하나가 조각되오.
 

어쩐지 고독한게 내 마음에 들으오.
어차피 나의 초상화를
나는 보지 못할 것이 아니겠소.
 

그럼 이제 나는 자야겠소.
졸리니까.
머리가 아프고....
 

용서하소서
상심한 지성에
창백한 이 영혼을.

 

:

안녕

 

편지를 쓸려고 했는데
왜 웃음이 나오는지.
너를 보면 그냥 잠이와.

 
연못이 하나 있고
연꽃이 보이고
그 옆의 솔나무
 

왠지 따스한 햇살
그리고 새소리
.... 무릉도원 ....
 

오래전부터 손한번 잡아보고 싶었는데
우리는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았지.
이젠 가까워지고 싶은데
 

가까이 있으면 왜 이상해지니
그냥 안아버리고 싶어서
보호해주고 싶어.